생활문화

미메시스 AP 10주년, 회화의 한계 넘다

 현대 미술의 중심축이 디지털과 영상으로 옮겨가는 시대에도 회화는 여전히 작가의 가장 내밀한 감각을 전달하는 강력한 매체로 존재한다. 파주 출판단지에 위치한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은 동시대 회화의 실험적 지평을 넓혀온 작가들을 조명하는 열 번째 기획전을 통해 관람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단순히 대상을 묘사하는 차원을 넘어, 작가 개개인이 구축한 독창적인 감각 체계가 어떻게 현실의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차원의 공간을 만들어내는지를 탐구하는 데 집중한다.

 

전시의 핵심인 '미메시스 아티스트 프로젝트(AP)'는 한국 미술계의 허리 역할을 하는 35세에서 45세 사이의 작가들을 발굴해 온 장기 프로젝트다. 올해로 10회째를 맞이한 이번 전시는 '오버-필드(Over-Field)'라는 주제 아래,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선정된 세 명의 작가가 각기 다른 미학적 방법론을 선보인다. 이들은 캔버스라는 물리적 제약을 넘어 자신들만의 고유한 영역을 구축하며, 관람객들에게 일상적 시각을 뒤흔드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박주애 작가는 회화의 평면성을 입체적 공간으로 확장하는 대담한 시도를 보여준다. 그는 인간관계에서 발생하는 보이지 않는 에너지와 감정의 파동을 밀도 높은 붓질과 대형 설치 작업으로 시각화한다. 작가가 창조한 다층적인 공간 속에서 관람객들은 감정의 흐름을 물리적으로 체감하게 되며, 이는 회화가 공간과 만났을 때 발생하는 폭발적인 예술적 에너지를 증명한다. 평면에서 시작된 작가의 상상력은 전시장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감정의 장으로 탈바꿈시킨다.

 

손승범 작가는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일상의 사물들이 생성되고 사라지는 찰나의 순간에 주목한다. 그는 아날로그 TV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화면 노이즈인 '글리치' 현상을 회화적 기법으로 재현하며, 실재와 가상의 경계가 무너지는 긴장감을 화면에 담아낸다. 정지된 화면임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진동하는 듯한 그의 작품들은 현대인이 느끼는 불안정한 현실감을 예리하게 포착한다. 관람객들은 익숙한 대상이 낯선 시각적 자극으로 변모하는 과정에서 기묘한 몰입감을 경험하게 된다.

 


조민아 작가는 거대 담론 대신 개인의 파편화된 일상들을 캔버스 위에 겹겹이 쌓아 올린다. 중첩된 레이어 사이사이에 배치된 일상의 조각들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개인들의 느슨한 연대와 공존의 풍경을 상징한다. 작가는 화려한 서사보다는 소소한 삶의 흔적들을 세밀하게 배치함으로써, 현대 사회의 고립된 개인들이 어떻게 서로 연결될 수 있는지를 묻는다. 그의 화면은 파편화된 정보들이 넘쳐나는 세상 속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소중한 관계의 가치를 되새기게 한다.

 

이번 전시는 세 작가가 각자의 필드에서 일궈낸 감각의 질서가 어떻게 조화를 이루고 충돌하는지를 보여주는 회화적 실험의 장이다. 형다미 선임 큐레이터는 작가들이 구축한 고유한 세계관이 현실의 경계를 넘어서는 순간 발생하는 예술적 힘에 주목해 달라고 당부했다.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의 유려한 건축 공간과 어우러진 이번 전시는 7월 26일까지 이어지며, 동시대 회화가 나아가야 할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며 관람객들에게 깊은 잔상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