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
부산서 막 올린 세계유산위, '부산 선언' 채택될까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로 개최되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부산 벡스코에서 열흘간의 대장정에 돌입했다. 이번 제48차 위원회는 전 세계 155개국에서 모인 대표단과 전문가 등 약 3,0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인류 공동의 자산인 세계유산의 등재와 보존 관리 방안을 논의하는 국제적인 장이 될 전망이다. 특히 이번 회의는 한국인 최초로 유네스코 집행이사회 의장을 지낸 이병현 전 대사가 의장을 맡아 주재함으로써, 세계유산 보호를 위한 한국의 외교적 역량을 입증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이번 위원회의 핵심 의제 중 하나는 한국 정부가 주도적으로 제안한 국제 선언문인 ‘부산 선언’의 채택 여부다. 부산 선언은 기존 세계유산 전략 목표인 5C에 ‘협력(Collaboration)’을 추가한 ‘6C’ 체계를 제안하며, 전쟁과 기후 위기 등 전 지구적 재난 속에서 국제사회의 공동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이는 과거 이집트 아부심벨 신전 구출 작전 때처럼, 위기에 처한 유산을 지키기 위해 국경을 초월한 연대와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는 한국의 강력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국가유산청은 이번 회의의 상징인 엠블럼에 종묘의 지붕 형상을 담아 전 세계인을 한 지붕 아래 모으겠다는 화합의 의지를 드러냈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개회사를 통해 글로벌 위기에 직면한 세계유산협약이 나아갈 새로운 방향을 함께 고민하는 협력의 장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한국은 이번 개최를 통해 단순한 문화유산 강국을 넘어, 세계유산의 보존과 관리를 선도하는 국제적 기준을 제시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포부를 보이고 있다.본회의장 밖에서는 한국의 찬란한 국가유산을 전 세계에 알리는 홍보의 장이 마련되어 눈길을 끌고 있다. 벡스코 제1전시장에 조성된 ‘대한민국관(K-Heritage House)’은 경복궁 수문장 교대의식을 그대로 재현한 퍼포먼스로 문을 열며 외국인 대표단과 관람객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취타대의 웅장한 연주와 함께 수문장들이 방패를 걷으며 문을 여는 개관 퍼포먼스는 한국 전통문화의 위엄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으로 기록됐다.오는 29일까지 운영되는 대한민국관은 일반인들에게도 무료로 개방되어 세계유산위원회의 열기를 시민들과 공유한다. 전문 해설사가 진행하는 투어 프로그램은 물론, 국가무형유산 보유자들의 전통 기술 시연과 다채로운 공연이 매일 펼쳐져 한국 문화의 정수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회의 기간 동안 부산은 세계유산의 미래를 논하는 정책의 중심지이자, 한국 전통 예술의 향연이 펼쳐지는 문화의 중심지로 거듭날 것으로 보인다.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이번 부산 회의를 통해 위기에 처한 세계유산 목록을 점검하고 새로운 유산의 등재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한국이 제안한 협력의 가치가 국제사회의 공감을 얻어 ‘부산 선언’으로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가 이번 위원회의 성패를 가를 핵심 관전 포인트다. 부산에서 시작된 국제적 연대의 목소리가 전 세계 유산 보호 활동에 어떤 새로운 이정표를 세울지 전 세계 문화계의 이목이 부산 벡스코로 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