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소식
시진핑 광폭 행보.."푸틴·트럼프 동시에 줄 세웠다"
글로벌 외교 판도가 요동치는 가운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하루 사이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잇달아 만나는 전례 없는 광폭 행보를 보이며 전 세계의 시선을 강탈했다. 연초부터 각국 정상들을 베이징으로 불러들이며 외교적 존재감을 뽐내온 중국이 이번에는 미국과 러시아라는 양대 강대국을 동시에 손에 쥐고 흔드는 평형추 역할을 자처하고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현지시간으로 5일 로이터와 AFP 등 주요 외신들과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지난 4일 오후 푸틴 대통령과 약 1시간 25분에 걸친 긴밀한 화상 회담을 진행했다. 놀라운 점은 회담이 끝난 직후 곧바로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가졌다는 사실이다.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를 앞두고 중러 정상이 통화하는 것은 6년째 이어온 전통이라 하더라도, 그 직후에 미국 정상과 연쇄 소통을 한 것은 중국 매체들조차 전례 없다고 표현할 만큼 이례적인 사건이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이번 시 주석의 행보를 두고 중국이 세계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가장 중요한 힘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나섰다. 신화통신 계열 소셜미디어 뉴탄친은 러시아 전쟁과 가자지구 유혈 사태 등으로 너덜너덜해진 세상을 중국이 기우고 꿰매고 있다며 시 주석의 중재자적 입지를 치켜세웠다. 글로벌타임스 역시 사설을 통해 강대국 간 조율을 촉진하는 중국의 결정적인 역할을 부각하며 중국 외교가 바야흐로 상승 국면에 진입했다고 분석했다.실제로 이번 연쇄 통화는 국제 안보의 핵심인 신전략무기감축조약(New START) 종료 직전에 이뤄져 그 무게감을 더했다. 전략 핵무기를 제한하는 이 조약의 운명을 두고 미국과 러시아가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는 상황에서 시 주석이 직접 등판해 중재자 역할을 부각한 것이다. 크렘린궁 측은 푸틴 대통령이 조약의 자체 연장을 제안했지만 미국의 공식 답변이 없는 상태라고 밝히며 중국의 역할에 기대를 거는 모습까지 보였다.하지만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부드러운 협력만을 이야기하지는 않았다. 그는 삼국지에서 유비가 아들에게 남긴 훈계인 선한 일이 작다고 해서 행하지 않아서도 안 되고, 악한 일이 작다고 해서 행해서도 안 된다는 경구를 인용하며 묘한 긴장감을 조성했다. 이는 미국의 일방주의적 행보를 겨냥한 은근한 경고성 메시지로 해석된다. 특히 중국이 가장 민감해하는 대만 문제를 언급하며 미국이 대만에 무기를 판매하는 문제를 반드시 신중히 처리해야 한다고 쐐기를 박았다.이번 미중러 정상 간의 연쇄 소통은 향후 있을 대면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각각 4월과 상반기 중에 방중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중국은 전 세계 정상들이 앞다투어 찾는 외교의 중심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미 올해 들어서만 6명의 정상이 중국을 찾았고 독일의 메르츠 총리와 스페인의 산체스 총리도 방중을 예약한 상태다.트럼프 재집권 이후 더욱 거세지는 미국의 패권 확장 시도 속에서 중국은 이번 연쇄 통화를 통해 자신들이 단순히 미국에 맞서는 세력이 아니라 세계 질서를 조율하고 관리하는 핵심 축임을 대내외에 과시했다. 시진핑 주석의 이번 광폭 행보가 혼돈에 빠진 국제 정세에 실질적인 해법을 제시할 수 있을지, 아니면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위한 고도의 홍보 전략에 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당분간 중국은 이러한 외교적 우위를 바탕으로 글로벌 전략적 안정을 주도하려는 움직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이 꿰매고 있다는 너덜너덜해진 세상이 과연 중국의 바느질로 다시 탄탄해질 수 있을지 전 세계가 숨을 죽이고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