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
영화감독 장철수와 만난 서울굿, 무대 위 미장센
전통적인 서울굿의 치유와 정화 의미를 현대적인 춤사위로 풀어낸 서울시무용단의 신작이 오는 9월 관객들을 찾아온다. 서울시무용단은 9월 10일부터 13일까지 나흘간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창작 무용극 '무감서기'를 초연한다고 밝혔다. 이번 작품은 서울을 중심으로 전승되어 온 무속 의례인 '서울굿'을 모티브로 삼아, 현대인이 겪는 내면의 상처를 씻어내고 새로운 삶의 에너지를 얻는 과정을 그린다. 제목인 무감서기는 굿의 막바지에 의뢰인이 무녀의 옷을 빌려 입고 신명 나게 춤을 추며 스스로를 정화하는 의식에서 따온 명칭이다.작품의 구조는 서울굿의 12마당 형식을 바탕으로 하되, 이를 현대적 서사에 맞게 5개의 장으로 재구성했다. 무대 위에서는 오방색을 상징하는 다섯 가지 색깔의 눈물이 서사의 중심축을 이룬다. 흑색과 황색, 청색과 적색, 그리고 백색의 눈물은 각각 인간이 느끼는 불안과 고통, 인식과 희망, 그리고 최종적인 분출과 평온을 상징한다. 45명의 무용수가 뿜어내는 압도적인 에너지는 몸속에 각인된 고통스러운 기억들이 어떻게 해방과 치유로 이어지는지를 역동적인 군무로 증명해 보일 예정이다.이번 공연은 무용계뿐만 아니라 영화와 국악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협업한 '융복합 예술'의 정수를 보여준다. 음악은 국악과 대중음악을 넘나들며 독보적인 세계관을 구축해 온 작곡가 이하느리가 맡아 굿의 리듬을 현대적으로 변주한다. 여기에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로 잘 알려진 장철수 감독이 미디어아트 연출로 참여해 눈길을 끈다. 장 감독은 영화적 미장센을 무대 위에 구현하여 관객들이 마치 한 편의 거대한 판타지 영화 속에 들어온 듯한 시각적 경험을 선사할 계획이다.출연진의 면면도 화려하다. 특히 엠넷의 무용 서바이벌 프로그램 '스테이지 파이터'를 통해 대중적 인지도를 쌓은 무용수 기무간이 조안무와 출연을 동시에 맡아 작품의 완성도를 높인다. 기무간은 전통 무용의 깊이와 현대적 감각을 동시에 갖춘 무용수로서, 이번 작품에서 굿이 가진 원초적인 생명력을 현대적인 몸짓으로 치환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대규모 군무가 주는 웅장함 속에 개별 무용수들의 섬세한 감정선이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가 이번 공연의 주요 관전 포인트다.공연 시간은 인터미션 없이 70분간 진행되며, 관객들이 치유의 서사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윤혜정 서울시무용단장은 이번 작품이 저마다의 불안을 안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따뜻한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굿이라는 종교적 의례를 예술적 승화의 과정으로 치환함으로써, 관객들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다시 일어설 용기를 얻는 '공동체적 치유'의 장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이는 전통문화가 박제된 유물이 아니라 오늘날에도 살아 숨 쉬는 위로의 매개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시도다.서울시무용단의 '무감서기'는 전통의 파격적인 변신을 통해 K-무용의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한다. 샤머니즘이라는 원초적인 소재를 세련된 미디어아트와 현대적 음악, 그리고 역동적인 춤으로 버무려낸 이번 무대는 한국적 미학의 현대화라는 과제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9월 초연을 앞둔 이 작품이 과연 관객들에게 어떤 정화의 눈물을 선사할지 문화예술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전통과 현대가 충돌하며 빚어내는 강렬한 에너지는 올가을 세종문화회관을 찾는 관객들에게 잊지 못할 예술적 경험을 안겨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