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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중 배우-스태프 수십 명 '집단 황홀경'…아만다 사이프리드의 기이한 경험

 이탈리아 베니스의 햇살 아래, 배우 아만다 사이프리드는 유쾌하면서도 그 어느 때보다 진중한 모습이었다. 제82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신작 '더 테스트먼트 오브 앤 리'에 대해 묻자, 그는 마치 캐릭터에 빙의한 듯 막힘없이, 그리고 깊이 있게 자신의 생각들을 쏟아냈다. 이번 영화에서 그가 보여준 연기는 '인생 연기'라는 수식어가 결코 과하지 않을 만큼 압도적이다.

 

영화는 18세기 중반, 격렬한 춤과 노래로 예배하며 공동체 생활을 했던 '셰이커교'의 창시자 앤 리(1736~1784)의 삶을 스크린으로 불러온다. 주변의 온갖 핍박과 역경을 딛고 미국 매사추세츠주에 신앙 공동체를 세워나가는 앤 리의 험난한 여정이 130분 동안 아만다 사이프리드의 얼굴을 통해 강렬하게 각인된다.

 

사이프리드는 처음 각본을 읽었을 때, 셰이커교의 독특한 예배 방식을 과연 어떻게 영상으로 구현할 수 있을지 의문부터 들었다고 고백했다. 예배 중 몸을 격렬하게 흔드는 모습에서 유래된 '셰이커(Shaker)'라는 이름처럼, 영화에는 배우들이 함께 춤추고 노래하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그는 "셰이커교도의 찬송가를 직접 들어본 적도 없고, 다 함께 몸을 흔드는 장면이 머릿속에 잘 그려지지 않았다"며 역할에 대한 초기 부담감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그러나 막상 촬영에 들어가자, 그 우려는 기우였음이 증명됐다. 오히려 그는 촬영 중 배우와 스태프 모두가 음악과 춤에 몰입하는 황홀경에 가까운 경험을 했다고 회상했다. "촬영 첫 주, 무척 덥고 피곤한 상황에서 수십 명의 배우가 집 안에서 춤추고 노래하는 장면을 찍었다"며 "촬영이 끝난 후 누군가 음악을 다시 틀자, 지쳐있던 스태프와 배우 모두가 약속이나 한 듯 일어나 자유롭게 춤을 추며 즐거워했다"고 말했다. 그는 "음악과 춤이 주는 에너지는 우리 안의 무언가를 깨워 사람들을 더 가깝게 만드는 힘이 있다"며 그 순간의 강렬했던 일체감을 전했다.

 


이번 역할을 위해 사이프리드는 엄청난 헌신을 감수해야 했다. 바로 네 차례의 사산과 성적 학대를 받는 장면 등을 위해 여러 차례의 신체 노출을 감행한 것이다. 그는 이 고통스러운 장면에 대해 "읽기에도, 연기하기에도, 보기에도 쉽지 않았지만, 그 자체가 바로 앤 리의 삶에 새겨진 진실"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어 "시대는 다르지만 여전히 수많은 여성이 아이를 잃는 고통을 겪고 있으며, 영화가 그 아픔을 존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에게 신체 노출은 앤 리라는 인물의 진실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일 뿐, 결코 대수로운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오히려 그를 가장 두렵게 한 것은 연기의 본질 그 자체였다. "앤 리를 세상이, 그리고 우리가 필요로 하는 방식으로 제대로 표현하지 못할까 봐 가장 두려웠다"고 말한 그는 "18세기 영국인 억양, 발음, 노래, 춤까지, 이 모든 것을 관객이 믿을 수 있도록 설득력 있게 해낼 수 있을지가 가장 큰 걱정이었다"며 완벽주의자적인 면모를 드러냈다.

 

지난 1년간 무려 3편의 영화에 출연하며 쉴 틈 없이 달려온 그는 "100% 마음이 움직여야 역할을 맡는다"며 "지난 1년은 내게 행운의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토록 진지하고 힘든 역할을 연달아 맡아온 탓일까. 그는 "빨리 집에 돌아가 아이들을 보고 싶다"며 웃었고, "다음 작품은 아무 생각 없이 웃을 수 있는, 말도 안 되게 웃기는 코미디를 하고 싶다"는 소망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