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소식

쿠팡이 불붙인 관세 폭탄..로저스 "부당대우 당했다"

미국 의회에 출석한 해럴드 로저스 쿠팡 한국법인 임시 대표가 무려 7시간에 걸친 마라톤 비공개 조사를 마쳤다. 현지 시각으로 23일 워싱턴 DC 레이번 하원 빌딩에서 진행된 이번 조사는 하원 법사위원회가 주관했으며 로저스 대표를 상대로 한국 내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우리 정부가 차별적이고 불공정한 대우를 했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캐물은 것으로 파악되었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가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 이후 새로운 대응 조치를 예고하며 통상 압박을 높이는 시점이라 이번 증언이 향후 한미 관계에 어떤 파장을 불러올지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날 조사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긴박하게 이어졌다. 법사위 의원실 보좌진과 변호사들이 주축이 되어 공화당과 민주당이 1시간씩 번갈아 가며 조사를 진행하는 등 매우 밀도 있게 구성되었다. 7시간의 긴 싸움을 마치고 나온 로저스 대표는 위원회의 질의 내용이나 본인의 답변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침묵을 유지한 채 서둘러 현장을 떠났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로저스 대표가 한국 정부와 국회의 조사 과정이 미국 기업에 대해 부당하고 차별적인 조치였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미 의회는 이번 조사에 앞서 청와대와 국회는 물론 공정거래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한국 주요 기관과 쿠팡 사측의 통신 내역 일체를 요구하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이에 쿠팡 측은 방대한 분량의 자료를 제출하며 의회의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쿠팡이 한국 내에서의 수사 압박을 미국 정치권의 힘을 빌려 돌파하려는 전략이 아니냐는 분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공화당 소속 짐 조던 법사위원장을 비롯한 주요 의원들은 이미 지난 5일 소환장을 발부하면서 한국 정부가 미국 기업에 대해 표적 공격을 계속해왔다고 적시했다. 특히 최근 트럼프 행정부와 맺은 무역 합의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가 쿠팡을 표적으로 삼아 미국인 임원을 기소하려는 움직임은 약속 위반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하원 법사위 대변인은 이번 조사가 공개 청문회는 물론 입법 조치까지 이어질 수 있다며 모든 카드가 테이블 위에 올라와 있음을 시사했다.

 

현재 한국 당국은 로저스 대표와 쿠팡을 상대로 정보유출 규모 축소 및 증거인멸 그리고 국회 청문회 위증과 산업재해 은폐 등 동시다발적인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국내의 정당한 법 집행 절차가 통상 이슈와 결부되는 것에 경계심을 나타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미 의회 조사가 쿠팡의 강력한 로비 영향력이 발휘된 결과이며 한국 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의도적인 절차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조사 종료 후 쿠팡의 글로벌 대외협력 최고책임자인 로버트 포터는 성명을 통해 현재 한국에서의 상황을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건설적인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쿠팡이 한미 양국의 가교 역할을 하며 경제 관계 개선과 안보 동맹 강화에 기여하기를 희망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놓았으나 속내에는 한국 정부에 대한 불만이 가득 차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가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미국 무역대표부가 무역법 301조 카드를 꺼내 들었기 때문이다. 무역법 301조는 외국 정부의 부당하거나 차별적인 관행에 대해 미국 행정부가 보복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강력한 권한이다. 이미 쿠팡의 미국 투자사들은 지난달 트럼프 행정부에 301조 조사를 공식 청원한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법원 판결로 무효가 된 관세를 대체할 새로운 수단을 찾는 상황에서 쿠팡 사태는 한국을 압박할 수 있는 완벽한 명분이 될 수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쿠팡 사태가 보복 관세의 빌미가 되지 않도록 철저한 분리 대응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인철 참좋은경제연구소장은 인터뷰를 통해 쿠팡에 대한 조사가 미국 기업 탄압이 아니라 소비자 보호와 공정거래를 위한 정당한 법 집행임을 미국 측에 명확히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만약 미국인의 정보가 대량으로 유출되었다면 미국 정부 역시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것이라는 논리로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이번 로저스 대표의 증언은 단순한 기업 조사를 넘어 한미 통상 전쟁의 새로운 전선이 되었다. 우리 정부는 정당한 사법 절차를 고수하면서도 대규모 대미 투자를 통해 미국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하며 포괄적 관세 면제를 끌어내는 고도의 외교적 협상력을 발휘해야 할 시점이다. 기업의 위법 의혹 수사가 국가 간 무역 보복으로 번지지 않도록 정교한 리스크 관리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