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소식

미국 건국 250주년, 표현의 자유 이중잣대

 미국 건국 250주년을 기념하는 독립기념일 행사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정부의 이중적인 태도로 인해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워싱턴 D.C.에서는 백인우월주의 단체가 혐오를 상징하는 깃발을 들고 거리를 활보했음에도 정부가 이를 헌법적 권리라며 두둔한 반면, 뉴욕에서는 환경 보호 메시지를 내건 선박이 정치적 편향성을 이유로 행사에서 쫓겨나는 일이 동시에 벌어졌다. 국가적 축제가 되어야 할 기념일이 오히려 미국 사회의 깊은 분열과 가치관의 충돌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무대가 된 셈이다.

 

더그 버검 내무장관은 백인우월주의 단체 '애국 전선'의 거리 행진에 대해 표현의 자유라는 논리를 앞세워 면죄부를 주었다. 그는 해당 단체의 가치관에는 동의하지 않더라도 불쾌한 표현까지 허용하는 것이 미국의 근본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러한 발언은 복면을 쓴 채 흑인 여성을 위협하고 인종 차별적 구호를 외친 이들에게 정부가 사실상 활동 공간을 열어주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특히 이 단체가 현 정부의 지지 기반과 궤를 같이한다는 점에서 정권 차원의 비호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같은 날 뉴욕항에서 열린 선박 퍼레이드에서는 전혀 다른 법 집행 기준이 적용되었다. 미 해안경비대는 환경 정의와 기후 위기 해결을 촉구하는 현수막을 내건 환경단체의 배를 강제로 퇴출시켰다. 해안경비대 측은 참가자들이 사전에 정치적 메시지를 표시하지 않기로 합의했음에도 이를 어겼다는 점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환경단체는 깨끗한 물과 인종적 정의를 요구하는 보편적 가치가 어떻게 특정 정파에 치우친 정치적 발언이 될 수 있느냐며 정부의 조치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번 사건을 주도한 '프리덤 250'은 트럼프 행정부가 건국 250주년 기념사업을 위해 조직한 단체로, 행사 전반에 걸쳐 보수적 색채를 강하게 드러내 왔다. 이들이 주관한 행사에서 환경단체의 목소리는 철저히 배제된 반면, 극우 단체의 행진은 공권력의 보호 아래 자유롭게 진행되었다는 사실은 표현의 자유가 권력의 입맛에 따라 선택적으로 적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민 사회에서는 정부가 헌법 정신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목소리만 보호하고 있다는 성토가 쏟아지고 있다.

 


온라인상에서는 지하철에서 흑인 여성을 포위한 백인우월주의자들의 사진이 공유되며 공분이 확산하는 중이다. 군복 차림에 복면을 쓴 남성들이 시민을 위협하는 행위가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방치되는 사이, 평화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려던 환경운동가들은 범죄자 취급을 받으며 현장에서 쫓겨났다. 이러한 극단적인 대비는 현재 미국이 처한 민주주의의 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인권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러한 태도가 혐오 범죄를 정당화하고 사회적 약자들의 입을 막는 위험한 전례가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건국 250주년을 맞이한 미국은 이제 표현의 자유라는 헌법적 가치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에 직면해 있다. 정부가 혐오와 차별의 목소리에는 관용을 베풀면서 보편적 인권과 환경 보호의 외침에는 재갈을 물리는 행태를 지속하는 한, 사회적 통합은 더욱 멀어질 수밖에 없다. 독립기념일의 화려한 불꽃놀이 뒤편에서 벌어진 이번 사태는 미국 사회의 이념적 균열이 임계점에 도달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공권력의 편향된 집행에 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당분간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